[천양희] 바다시인의 고백/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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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시인의 고백/천양희
그곳에서 이곳까지 바다를 업고 왔다고 그가
말한다 파도처럼 철썩철썩 세상의 귀싸대기
때리며 말한다 끼룩끼룩 말한다 해풍 벗고
온몸으로 힘쓰는 시를 썼으면 좋겠다고 그가 말한다
뻐끔뻐끔 아가미를 벌리듯 물고기처럼 그가
말한다 방파제처럼 단단해진 어둠속에서
잘 때도 눈 뜨고 자는 물고기 눈을 낚아챌
것이라고 말한다 해안을 쓰면서 반대편을
써보려고 수평선을 쫘악 갈라놓을 것이라 그가 말한다
대개 절창이란 자신을 절단낸 뒤에야 오는
것이라고 물결 튀기며 그가 말한다 영감의 순간과
불면의 밤이 같은 세계의 겉과 속이라고 말한다 그를
미치게 하는 건 절벽의 확실성이 아니라 반복되는
파도에 대한 회의라고 그가 말한다
절벽을 바라보며 절망 때문에 울었다고 그가
말한다 울음이 한 사람의 언어라면 침묵도
한 사람의 언어라고 말한다 시퍼런 진실은
울음과 침묵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그가 말한다
그에게 시(詩)는 짐이 아니라 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소외와 고독은 자청한 그의 이력이라고
말한다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자 반성문이라 그가
말한다 생각해보니 그의 고백이 바로 바닷속에 든
칼날 같은 시다
-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그곳에서 이곳까지 바다를 업고 왔다고 그가
말한다 파도처럼 철썩철썩 세상의 귀싸대기
때리며 말한다 끼룩끼룩 말한다 해풍 벗고
온몸으로 힘쓰는 시를 썼으면 좋겠다고 그가 말한다
뻐끔뻐끔 아가미를 벌리듯 물고기처럼 그가
말한다 방파제처럼 단단해진 어둠속에서
잘 때도 눈 뜨고 자는 물고기 눈을 낚아챌
것이라고 말한다 해안을 쓰면서 반대편을
써보려고 수평선을 쫘악 갈라놓을 것이라 그가 말한다
대개 절창이란 자신을 절단낸 뒤에야 오는
것이라고 물결 튀기며 그가 말한다 영감의 순간과
불면의 밤이 같은 세계의 겉과 속이라고 말한다 그를
미치게 하는 건 절벽의 확실성이 아니라 반복되는
파도에 대한 회의라고 그가 말한다
절벽을 바라보며 절망 때문에 울었다고 그가
말한다 울음이 한 사람의 언어라면 침묵도
한 사람의 언어라고 말한다 시퍼런 진실은
울음과 침묵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그가 말한다
그에게 시(詩)는 짐이 아니라 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소외와 고독은 자청한 그의 이력이라고
말한다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자 반성문이라 그가
말한다 생각해보니 그의 고백이 바로 바닷속에 든
칼날 같은 시다
-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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