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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겨울 주문진 어시장/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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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회 작성일 2025-04-16 11:28: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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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주문진 어시장/최동호

변두리 찾는 성긴 눈발들
등 뒤에 발걸음 서성거리게 하고
붉은 국물 엷게 배게
싱싱한 사발낙지 한 마리
살짝 데쳐 저물녘 좌판 위에 썰어놓고
찬 소주 한 잔에
바늘 침으로 집어 올릴 때
누린내 진한 국물 위로
첫사랑 여자의
망설이던 눈동자 떠오른다

어깨에 쌓인 눈 툭툭 털어내고
살진 사발낙지 마지막
한 점 씹어 넘길 때
머나먼 바다를 떠돌던
방랑의 귀향자들아!
작별의 깃발을 흔들어라!

자욱한 어둠이 먹물처럼 목구멍에 차오른다
얼얼한 얼굴에 부딪쳐 오는 찬바람
좌우로 가르며 선창가 걷나니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처럼
오징어 배 먼 불빛
눈가에 가물거리고
빈 터를
떠돌던 진눈깨비들
불빛 환한 선술집 유리창에 다가와
참았던 눈물
터뜨리며 얼었던 몸 부르르 떤다

- 『불꽃 비단벌레』(서정시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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