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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민박집 들창문/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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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회 작성일 2025-04-16 11:27: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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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들창문/최동호
 - 겨울 정동진에 가면 · 2

거친 바람 멀리 날려 보낸 파도 소리가
작은 창문 들이치는 밤
민박집 전등이
골목길 돌아가라 고개를 흔들거려
머물렀다 돌아가는
세상 물살 흐린 불빛에 비춰보게 된다

쓸쓸함은 홀로의 것이지만
방랑이란 언제나 병든 마음 치유하는
온유한 손길을
펼치는 것이어서
홀로 찾아와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돌아가려 마음먹었던 방랑자들도
바람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모래사장의 둥근 돌 집어
바다 멀리 물수제비 띄워 보낸다

날려버린다는 것은
끝내 되찾지 않는다는 것,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오지 말라고
산더미 같은 파도가
민박집 들창문을 흔들어 깨운다

- 『불꽃 비단벌레』(서정시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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