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균] 단풍/최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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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최창균
나무들 불씨를 매달고 산을 오른다
젖은 잎맥 속에 숨겨놓은 불씨들
가지의 부젓가락으로 가끔씩 잎을 뒤집기도 한다
그럴수록 점점 목이 말라 나무는 물을 길어올린다
물을 퍼올리는 저 발군의 나무들
찰랑이는 이파리들 터지는 물방울 분수다
가만히 보면 나무는 둥글고 뾰족한 수압이 센 물통,
초록물을 쏘아 잘 닦아놓은 허공 찌를 듯 오른다
오를수록 확확거리는 나무들은 문득
제 몸에서 빠져나간 물이 출렁거리는 하늘을 본다
이제야 비로소 스삭거리는 몸,
그 우듬지에 스스로 불 긋는 나무들
산을 훌렁 태울 듯한 기세로
아래로 아래로 붉게 타면서 내려오는 것이다
-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창비, 2004)
나무들 불씨를 매달고 산을 오른다
젖은 잎맥 속에 숨겨놓은 불씨들
가지의 부젓가락으로 가끔씩 잎을 뒤집기도 한다
그럴수록 점점 목이 말라 나무는 물을 길어올린다
물을 퍼올리는 저 발군의 나무들
찰랑이는 이파리들 터지는 물방울 분수다
가만히 보면 나무는 둥글고 뾰족한 수압이 센 물통,
초록물을 쏘아 잘 닦아놓은 허공 찌를 듯 오른다
오를수록 확확거리는 나무들은 문득
제 몸에서 빠져나간 물이 출렁거리는 하늘을 본다
이제야 비로소 스삭거리는 몸,
그 우듬지에 스스로 불 긋는 나무들
산을 훌렁 태울 듯한 기세로
아래로 아래로 붉게 타면서 내려오는 것이다
-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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