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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 용문사 은행나무/최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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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4 15:52: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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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은행나무/최두석

지상의 약속 같은 금빛 이파리로
이 땅에서 가장 경건하고 풍성하게
세례를 베푸는 나무가 있다
온몸이 옹이투성이인 나무

망한 나라를 슬퍼하며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실감 날 정도로 우람하여
나무의 수많은 곁가지의 나이테에
나의 나이의 눈금을 맞추어보기도 하고

신화 속 생명나무처럼
천 살이 훨씬 넘었는데도 해마다
예닐곱 가마의 실한 열매 맺어
갓 구운 햇은행을 성찬으로 맛보며
나의 게으르고 무기력한 나날에 대해
고해하고 참회하기도 하는데

단풍이 꽃보다 아름다워
낙엽의 세례를 받으며
기운을 얻으려 찾는 나무가 있다
옹이조차도 당당한 기품이 되는 나무.

- ​『숨살이꽃』(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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