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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몽산포/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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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0 21:43: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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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산포/천양희

마음이 늦게 포구에 가닿는다
언제 내 몸 속에 들어와 흔들리는 해송들
바다에 웬 몽산이 있냐고 중얼거린다
내가 근처에 머물 때는
세상을 가리켜 푸르다 하였으나
기억은 왜 기억만큼 믿을 것이 없게 하고
꿈은 또 왜 꿈으로만 끝나는가
여기까지 와서 나는 다시 몽롱해진다
생각은 때로 해변의 구석까지 붙잡기도 하고
하류로 가는 길 지우기도 하지만
살아 있어, 깊은 물소리 듣지 못한다면
어떤 生이 파도를 밀어가겠는가
헐렁해진 해안선이 나를 당긴다
두근거리며 나는 수평선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부풀었던 돛들, 붉은 게들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몽산은 없다 없으므로
갯벌조차 천천히 발자국을 거둔다

- 천양희, 『오래된 골목』(창작과비평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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