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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악어 떼 출몰지역/최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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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0회 작성일 2025-03-21 16:26: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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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떼 출몰지역/최형심 

 오늘 아침 폐기처분한 놈들이 꿈틀! 갓 부화한 애꾸눈 악어새끼들이 바글바글 책상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책상 위에는 늪이 있다. 깊은 밤 노트북에서 수없이 악어가 태어난다. 언젠가 동료 악어에게 손을 물린 당신, 어떻게 더 단단한 이빨을 가진 악어를 만들까? 늪에 빠져 자주 길을 잃는다. 지난여름 서점에 내놓은 악어들은 분양되기 전에 다 죽었다. K는 악어 한 마리를 근사하게 키워 대박을 터뜨렸다. 몇 년째 악어 한 마리만 뜯어먹고 살고 있다. 당신은 무정란인 알을 골라 쓰레기통에 버린다.
 
 가끔 악어새가 출몰, 여보, 커피 한 잔 하고 하세요. 악어새는 인스턴트 아마존을 당신과 당신의 악어새끼에게 공급한다.
 
 막 부화한 악어들. 꼬리도 없고 눈도 없는 것들 바글바글 어지러운 쓰레기통을 빠져나온다. 버려진 잡념들이 삼년 째 아마존을 탐험중인 당신의 발등과 목을 타고 올라온다. 불량 악어가 당신 목을 물어뜯는다. 새벽 세시가 모딜리아니 풍으로 포식자의 목구멍을 지난다. 노트북에서 쏟아져 나온 악어 떼가 아작 아작, 당신을 갉아먹는다. 수북한 재떨이에서 긴급구조요청 연기가 피어오른다.

- <다층>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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