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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꽃이 부끄러워할 때/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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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회 작성일 2025-05-27 07:52: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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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부끄러워할 때/고영

보풀 같은 숨소리가
뚝,
뚝,
끊어집니다

어머니는 자꾸 종이 기저귀를 뜯어냅니다
마른 지푸라기 같은 손으로 기저귀에 묻은 똥꽃을 쓸어냅니다
기저귀를 들춰낼 때마다
열일곱 살 섬 처녀가, 서른 살 종갓집 맏며느리가, 여든 살 새색시가 붉게 물들어갑니다
기어이 울음보가 터집니다
꺼이꺼이, 스스로 꽃 속에 갇혀 웁니다

꽃이 부끄러워할 땐
다 큰 아들도 외간 남자입니다

-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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