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연] 자반고등어/김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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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김다연
이제 떠나야겠다
너도 되지 못하고 나도 되지 못했던 몸뚱이를 데리고
숨을 곳 하나 없는 너의 바다를 떠나야겠다
밴댕이처럼 속없이도 살 수 있는 곳
썩어 문드러질
창자 같은 것은 모조리 훑어서
낯가죽 두꺼운 짐승들에게 먹이로 던져주고
한물 간 여자의 고쟁이 속 같은 시장으로 들어가
소금 맛을 잃었다는 사람들에게
절여진 요부 행세나 해야겠다
복잡함이 지워진 뇌 없는 머리와
시신경이 죽은 두 개의 푸른 눈알로
담백한 친구도 되어주고
달짝지근한 애인도 되어주며
가시 발린 입으로는 야들야들한 회를 떠서
부담 없이 사는 맛을 전해 주어야겠다
이제 보호막인 비늘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
내 귀에 파도소리 들리지 않는다
등 푸른 속 다 파내고서야 날 닮은 너를 가슴에 둔다
생의 좌판에 한 손이면 충분했을 우리 사랑
- 『바늘귀를 통과한 여자』(시선사, 2005)
이제 떠나야겠다
너도 되지 못하고 나도 되지 못했던 몸뚱이를 데리고
숨을 곳 하나 없는 너의 바다를 떠나야겠다
밴댕이처럼 속없이도 살 수 있는 곳
썩어 문드러질
창자 같은 것은 모조리 훑어서
낯가죽 두꺼운 짐승들에게 먹이로 던져주고
한물 간 여자의 고쟁이 속 같은 시장으로 들어가
소금 맛을 잃었다는 사람들에게
절여진 요부 행세나 해야겠다
복잡함이 지워진 뇌 없는 머리와
시신경이 죽은 두 개의 푸른 눈알로
담백한 친구도 되어주고
달짝지근한 애인도 되어주며
가시 발린 입으로는 야들야들한 회를 떠서
부담 없이 사는 맛을 전해 주어야겠다
이제 보호막인 비늘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
내 귀에 파도소리 들리지 않는다
등 푸른 속 다 파내고서야 날 닮은 너를 가슴에 둔다
생의 좌판에 한 손이면 충분했을 우리 사랑
- 『바늘귀를 통과한 여자』(시선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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