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김다연 > ㄱ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338
어제
1,272
최대
3,544
전체
319,009
  • H
  • HOME

 

[김다연] 자반고등어/김다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회 작성일 2025-05-18 10:05:12 댓글 0

본문

자반고등어/김다연

이제 떠나야겠다
너도 되지 못하고 나도 되지 못했던 몸뚱이를 데리고
숨을 곳 하나 없는 너의 바다를 떠나야겠다

밴댕이처럼 속없이도 살 수 있는 곳
썩어 문드러질
창자 같은 것은 모조리 훑어서
낯가죽 두꺼운 짐승들에게 먹이로 던져주고
한물 간 여자의 고쟁이 속 같은 시장으로 들어가
소금 맛을 잃었다는 사람들에게
절여진 요부 행세나 해야겠다

복잡함이 지워진 뇌 없는 머리와
시신경이 죽은 두 개의 푸른 눈알로
담백한 친구도 되어주고
달짝지근한 애인도 되어주며
가시 발린 입으로는 야들야들한 회를 떠서
부담 없이 사는 맛을 전해 주어야겠다

이제 보호막인 비늘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
내 귀에 파도소리 들리지 않는다
등 푸른 속 다 파내고서야 날 닮은 너를 가슴에 둔다
생의 좌판에 한 손이면 충분했을 우리 사랑

 - 『바늘귀를 통과한 여자』(시선사, 20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