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화] 가을 풍경소리/김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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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소리/김해화
쇳가루 마시면서 스무 해 지났습니다
느을 가슴 뜨거워 쇳물 끓었으니
지금 내 목숨 절반은 쇳덩어리
당신을 향하여 남아 있는 반쪽 부드러운 목숨에
여러해살이 풀을 심어
쇳덩어리 파먹으라고 갉아먹으라고 합니다
이렇게 스무 해쯤 더 지나면
속 갉아 먹힌 쇳덩이에
희디흰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겠습니까
낮은 언덕에 올라 당신이 내뱉는 숨결에도
가을에는 바람이 있겠지요
아니라고 하여도 바람 한 점 꽃을 흔드는 저녁
얇게 남은 목숨
꽃빛으로 부서지면서
꼭 저 풍경소리로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 일과시 동인,『못난 시인』(실천문학사, 2014)
쇳가루 마시면서 스무 해 지났습니다
느을 가슴 뜨거워 쇳물 끓었으니
지금 내 목숨 절반은 쇳덩어리
당신을 향하여 남아 있는 반쪽 부드러운 목숨에
여러해살이 풀을 심어
쇳덩어리 파먹으라고 갉아먹으라고 합니다
이렇게 스무 해쯤 더 지나면
속 갉아 먹힌 쇳덩이에
희디흰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겠습니까
낮은 언덕에 올라 당신이 내뱉는 숨결에도
가을에는 바람이 있겠지요
아니라고 하여도 바람 한 점 꽃을 흔드는 저녁
얇게 남은 목숨
꽃빛으로 부서지면서
꼭 저 풍경소리로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 일과시 동인,『못난 시인』(실천문학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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