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바다의 악보/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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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악보/강인한
― 벤 구센스*의「Sweet songs of the sea」에 부쳐
바다가 저만치 물러나자
썰물이 뱉어놓은 모래밭에 악보가 드러났다
당신의 입술은 동그랗게 모음을 발음하다가
그만 악보 받침대에 갇혀 나를 바라본다
오, 달콤한 붉은 입술은 적포도주를 담은 글라스
아니 두 장의 장미 꽃잎 같다
하지만 오래 전 당신은 이 해변을 떠났다
저만치 과거로부터 떠밀려온 트렁크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두근거리며
들키고 싶은 당신의 사랑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두려운 비밀을 향해 걸어가는 내 발자국마다
한 장 두 장 물 젖은 악보가 따라오고
입 벌린 소라고둥이 트렁크 위에 앉아 소리친다
이제 곧 태풍이 불어온다고 내 마음 속
잠자는 태풍이
검은 수평선을 끌어낼 것이라고
그리운 당신의 기억을
이 해변에 떠도는 세이렌의 노래로 남겨두고서는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돌아갈 곳이 없다
* 벤 구센스(Ben Goossens),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 『입술』(시학, 2009)
― 벤 구센스*의「Sweet songs of the sea」에 부쳐
바다가 저만치 물러나자
썰물이 뱉어놓은 모래밭에 악보가 드러났다
당신의 입술은 동그랗게 모음을 발음하다가
그만 악보 받침대에 갇혀 나를 바라본다
오, 달콤한 붉은 입술은 적포도주를 담은 글라스
아니 두 장의 장미 꽃잎 같다
하지만 오래 전 당신은 이 해변을 떠났다
저만치 과거로부터 떠밀려온 트렁크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두근거리며
들키고 싶은 당신의 사랑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두려운 비밀을 향해 걸어가는 내 발자국마다
한 장 두 장 물 젖은 악보가 따라오고
입 벌린 소라고둥이 트렁크 위에 앉아 소리친다
이제 곧 태풍이 불어온다고 내 마음 속
잠자는 태풍이
검은 수평선을 끌어낼 것이라고
그리운 당신의 기억을
이 해변에 떠도는 세이렌의 노래로 남겨두고서는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돌아갈 곳이 없다
* 벤 구센스(Ben Goossens),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 『입술』(시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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