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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동백 낙화/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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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회 작성일 2025-05-16 11:34: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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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낙화(落花)/김은숙

그렇게 뚝 뚝
붉은 울음으로 한숨으로
함부로 고개 꺾는 통곡인 줄 알았으나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심장이 멎는 것
간밤 지독했던 영혼의 신열 지상에 뿌리며
골똘했던 스스로를 기꺼이 참수하여
한 생애 온전히 투신하는 것이다
그리 뜨겁지 못했던 날들의 치욕
더 단단해야 했던 시간의 꽃술 씁쓸할 뿐이어서
간신히 머금고 있던 노란 숨 놓으며
이승의 마지막 꽃잎까지 불을 놓아
까맣게 태우고 싶은 것이다
무너지고 싶은 것이다 무참히
캄캄한 생애 건너고 싶은 것이다

오래 익힌 화농(花膿) 깊숙이 묻으며
어쩌면 저 붉은 물 스며들어
환한 하늘뿌리에 홀연히 닿을 것이다

- 『손길』(천년의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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