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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만] 흘레/고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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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5-14 18:00: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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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레/고성만

우리 마을에서는 씹할 놈 씹도 못할 놈과 같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 대신 흘레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교미처럼 점잖은 말과는 달리 하다보다는 붙다를 결합시키는 게 보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돌아보면 붕어는 강물을 흘려 수정하고 닭은 벼슬을 쥐어뜯으며 잠자리는 공중전을, 사람은 방구석에서 일을 치른다

열일곱 겨울, 그애와 내가 눈 내려 구죽죽 물 녹아 흐르는 강변 제방에서 행여 빨아 신은 운동화를 더럽히지 않을까 조바심치다가 발견한 개 샴쌍둥이처럼 뒤로 붙어 있는 몸과 몸 사이 막대기가 걸쳐 있었다 얼굴이 붉어져 멀리 돌아가는 그애를 따라 걷던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었다

바람 마르는 소리 들리는 늦가을 오후

사촌누이와 나는 뒤안 장독간에 박혀서 흘레붙는 뱀을 보았다 친친 뒤엉킨 얼룩무늬를 뚫고 유난히 빨갛게 부풀어오른 부위

사랑은 그렇게 춥고 외로운 일인가

-『창작과 비평』133호(200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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