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김선우 > ㄱ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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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런 것
콩나물시루 지나는 물줄기ㅡ 붙잡으려는ㅡ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자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ㅡ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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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ㅡ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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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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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ㅡ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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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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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