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늙은 느티나무에 들다/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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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느티나무에 들다/곽효환
언제부터였을까
수령이 수백 년은 되었을
동리의 정자를 품은 느티나무
사방으로 가지를 곧게 뻗어
무성한 그러나 인적 없는 여름을 떠받치고 있다
비늘처럼 껍질이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늙은 느티나무 그늘에
몸 들이고 기대었던 사람을 생각한다
그를 닮고 싶었던 더러는 그렇게 살았던
바람이 전하는 말과
시간이 쌓아둔 흔적,
무수히 드리웠다 사라지는 삶들을
그는 오랫동안 켜켜이
몸 안에 쌓아두었을 것이다
얼음처럼 투명한 세포들이 쌓은 나이테
이제 그는 단단한 풍경이다
나는 아버지처럼
쉽게 흔들리지도 그렇게
일찍 지지도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 『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 2014)
언제부터였을까
수령이 수백 년은 되었을
동리의 정자를 품은 느티나무
사방으로 가지를 곧게 뻗어
무성한 그러나 인적 없는 여름을 떠받치고 있다
비늘처럼 껍질이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늙은 느티나무 그늘에
몸 들이고 기대었던 사람을 생각한다
그를 닮고 싶었던 더러는 그렇게 살았던
바람이 전하는 말과
시간이 쌓아둔 흔적,
무수히 드리웠다 사라지는 삶들을
그는 오랫동안 켜켜이
몸 안에 쌓아두었을 것이다
얼음처럼 투명한 세포들이 쌓은 나이테
이제 그는 단단한 풍경이다
나는 아버지처럼
쉽게 흔들리지도 그렇게
일찍 지지도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 『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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