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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경] 숯골/고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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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회 작성일 2025-04-30 15:52: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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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골/고미경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옛이름이지요 삭신 쑤신다는 아버지의 뼈 냄새, 복사뼈에 배어있는 노역의 냄새 따라 아카시아 꽃 따러 왔었지요 꽁보리밥 동무들이 살고 있었지요 늦봄이면 아카시아 꽃들이 하얀 쌀밥을 지었지요 나무늘보처럼 매달려 꽃 따먹으며 배부른 시늉을 했지요 꾀죄죄한 얼굴은 개울물에 띄워 보냈지요 따가운 햇살 아래서도 뱃속은 숯처럼 서늘했지요

 마흔 고개 넘어 들어온 이곳, 나는 검은 뼈로 시를 쓰지요 아카시아 꽃 환한 빛은 금세 어두워져 늦봄의 캄캄한 허기가 되지요

- 『칸트의 우산』(현대시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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