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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경] 은포리/고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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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회 작성일 2025-04-30 15:51: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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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포리/고미경

은포리에 가지 못했네 그 바닷가 마을 한 여자를 그리워했네
​마음에 열熱이 많아 겨울을 떠돌던 눈송이들처럼 매운 해풍을 찾아 갔던 바닷가였네
​여자가 나물처럼 순하게 웃는 낯빛을 보일 때면 천 년 전 어머니의 얼굴도 저랬으려나 했네
​여자가 영영 눈을 감았다는 그 바닷가 소식을 들었을 때 잘 가라는 배웅도 못하고 명치 끝에 걸린 이름이 되었네
​새벽 바다에서 생김을 뜯어와 김국을 모락모락 끓이던 여자의 부엌을 혼곤한 꿈속에서 자주 보곤 했네
​은포리에 가지 못하네 그 바닷가 마을을 첫눈처럼 그리워하지만

 - 『칸트의 우산』(현대시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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