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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장고항/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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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회 작성일 2025-04-30 09:05: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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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항/김윤배

장고항, 안개 흐르며 바다는 무량으로 가고
안개 속에 든 크고 견고한 세월 보이지 않으니
이내 사라질 한 회한이 때로 항심을 가려
노파의 한 세상 안개에 들게 했을 것이다

노파는 굴 따던 호미 접는다
굴 바구니 채우고 있는 은빛 안개
노파의 흐린 한평생 스민다
칠십 몇 해, 이제는 굴껍질 밟는 소리가
오로지 살아 있는 소리라서 노파의 발바닥은
온통 쓰리고 아린 상처투성이다
노파의 힘겨운 걸음 속으로 장고항 기운다
노파는 걸어나온 갯벌 뒤돌아본다
아낙들은 아직도 굴을 찾아 안개 속에 호미를 세운다
안개가 흐린 얼굴 하나를 갯벌에 묻는다
노파는 고맙구말구 고맙구말구
바다를 향해 혼잣말을 하고는
좁은 접안 도로를 허우허우 걸어간다
어선 몇 척, 노파의 얇은 어깨 위에서 출렁인다

-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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