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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강변여관/김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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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4 08:31:0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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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여관/김명기

이른 봄 먼 여관에 몸을 부렸다
움트지 못한 나뭇가지가
지난겨울 날갯죽지처럼 웅크린 저녁
피는 꽃 위로 어둠이 포개지고
흐르는 물결 속으로 달빛이 스민다
모든 게 한 번에 일어나는 일 같지만
오랜 생을 나눠가진 지분들이 서로 허물을
가만히 덮어준다 경계를 지우며 살 섞는 시간
낯선 세상에 와 있다는 건
욕망의 한 부분을 드러내
무던히 참았던 육신을 들어내는 일
시시해 보이는 창가 의자에 앉아
허물을 격려하지 못해 멀어진
사람들을 생각한다
잊어버린 주문처럼 쓸쓸한 이름
가끔 누군가도 나를 떠올리는
측은한 저녁이 올 테지
허물 대신 온기 없는 낡은 침대와
살을 섞으며 시든 불화의 목록에서
견디지 못해 그어버린 경계를
그렇게나마 지워 보는 것이다

  -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걷는사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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