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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신선횟집/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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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6회 작성일 2025-04-18 08:15: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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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횟집/김기택

​사흘 전에 죽어 있던 큰 민어가
아직도 수조 안에서 뒤집어진 채 떠다니고 있습니다.

죽도록 팔리지 않은 민어도 끈질기지만
죽도록 사 먹지 않은 손님들도 그 못지않게 끈질깁니다.
끝까지 사 먹지 않는다면
맵고 짠 국물에다 푹 끓여 내놓을 생각으로
그대로 놔두는 횟집 주인은 며칠 더 끈질길 예정입니다.
이래도 안 사 먹을 지 어디 두고 보자고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민어는 눈깔을 허옇게 뒤집고 주둥이를 컴컴하게 벌리고 있습니다.
안 팔리는 민어, 안 오는 손님, 하품하는 주인 앞에서
짓이겨진 파리가 말라붙은 파리채는
별일 없다는 듯 식탁 위에 한가하게 놓여 있습니다.

 -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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