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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자반고등어/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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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6 13:13: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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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김명인

산촌이라 상갓집 저녁은 어느새 썰렁한데
마루에 차린 빈소며 마당의 차일조차
억지 구색이라 벗고만 싶은지
내처 바람 치달아 먹구름 근처까지 두둥게둥실한다
언젠가 잠자릴 보느라 갓방 낡은 비닐 장판을 들추자
한 뼘이나 되는 초록 지네 붉은 지네 발 접은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밀폐를 하고 병풍으로 둘렀어도
시취(屍臭)란 퀴퀴한 젓갈 내 절여내는 법
치산이 내일이라며 문상객 앞에 내놓은
밥 김치 절편 벌건 국 사발로 차린 개다리소반
파전에 곁들어 숭숭 막 썰기로 낸 돼지비계 몇 점
웬일인지 자반고등어 한 도막이 상에 올랐네
한 손이라 서로의 짝이 되어
가슴에 염장 지르면서 여기까지 흘러왔다가
겹쳤던 몸을 떼어내니 함께 절여온
세월이 살들에겐 쓰리고 쓰린 소금 사태다
빈소는 오늘 저녁에도 늙은 여상주
혼자서 지켜야 하나

​- 『꽃차례』(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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