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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황금 수레/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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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6 13:11: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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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수레/김명인

세상 끝까지 떠들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마침내 침상조차 등에 겨웠을 때
못 가본 길들이 남은 한이 되었다
넘고 넘겨온 고비들이 열사(熱沙)였으므로
젊은 날의 소망이란 끝끝내 무거운
모래주머닐 매단 풍선이었을까?
오랫동안 부풀려온 바람이라면
허공에도 질긴 뿌리가 벋는다는 것
가본 세상이거나 못 가본 어느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내다버린 그리움들 쌓여갔지만
가지를 벗어난 적이 없는 저 나뭇잎들
세계의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손짓한다는 것을
그는, 수척한 침상 너머로 비로소 바라본다
창밖에는 다음 세상으로 굴러가려고
황금 수레들이 오래오래 환한 여장을 꾸리고 있다

-  『여행자 나무』(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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