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달밤의 붕어 낚시/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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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붕어 낚시/김명인
어심을 밝히는 캐미라이트가 수면에서 깜박거리지만
치솟기를 기다리는 건 낚시꾼의 난폭한 기대
미늘을 감춘 생미끼 꿈틀대며 유혹하는
이 숨 막히는 허기를 붕어들도 못 견뎌할 것이다
미끼를 삼킨다는 건 자진해서 올가밀 덮어쓰는 것!
그러나 오늘 밤만은 붕어도 낚시꾼도 서로의 긴장에는
아랑곳 않는다 붕어들은
빵빵한 수양버들이 수몰된 밑 둘레와
물속 썩은 잔가지 사이로 부들들의 밀생 곁으로
지느러밀 펴고 새처럼 날고 싶을 뿐이네
오늘 밤은 달빛이 너무 좋아
구름 마차에서 막 뗀 바퀴들 굴러가듯
너는, 나를, 굴리고 간다 그 바퀴살에
주둥이를 대보느라 붕어들은
미끼를 물지 않는 것이다 고즈넉한
이 적빈은 그렇다 허기를 잊을 만큼 넉넉해서
저수지는 막 꽃 핀 달빛 고요로 자지러진다
그러니 밀어 올려야 할 찌도 영원처럼 멈춰 서는 것!
낚시꾼 보라는 듯 취한 붕어의 환(幻)
달빛 속으로 첨벙첨벙 튀어 오르고 있다
- 『꽃차례』(문학과지성사, 2009)
어심을 밝히는 캐미라이트가 수면에서 깜박거리지만
치솟기를 기다리는 건 낚시꾼의 난폭한 기대
미늘을 감춘 생미끼 꿈틀대며 유혹하는
이 숨 막히는 허기를 붕어들도 못 견뎌할 것이다
미끼를 삼킨다는 건 자진해서 올가밀 덮어쓰는 것!
그러나 오늘 밤만은 붕어도 낚시꾼도 서로의 긴장에는
아랑곳 않는다 붕어들은
빵빵한 수양버들이 수몰된 밑 둘레와
물속 썩은 잔가지 사이로 부들들의 밀생 곁으로
지느러밀 펴고 새처럼 날고 싶을 뿐이네
오늘 밤은 달빛이 너무 좋아
구름 마차에서 막 뗀 바퀴들 굴러가듯
너는, 나를, 굴리고 간다 그 바퀴살에
주둥이를 대보느라 붕어들은
미끼를 물지 않는 것이다 고즈넉한
이 적빈은 그렇다 허기를 잊을 만큼 넉넉해서
저수지는 막 꽃 핀 달빛 고요로 자지러진다
그러니 밀어 올려야 할 찌도 영원처럼 멈춰 서는 것!
낚시꾼 보라는 듯 취한 붕어의 환(幻)
달빛 속으로 첨벙첨벙 튀어 오르고 있다
- 『꽃차례』(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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