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벌새/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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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김명인
작은 날개 앞에 큰 덤불을 세워놓아
송곳 하나가 관문을 뚫으려는 줄 알았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골똘한 벌새 한 마리
점점이 박혀 있는 찔레꽃 앞에 꽂혀 있다, 무엇에
가로막힌 여정일까
부리가 뾰족한 저 새에게 묻지 못하고
끊어지듯 짧게 상상하는 동안
붙박였던 벌새, 사라지고 없다
악보는 파동을 다 채집하지 못한 채 접힌다
단단한 부리로 곡절을 새길 때도
날개가 감당하는 우주가 있을 것이다
벌새는 바늘귀를 뚫어 저의 세상으로 날아갔거나
허공을 벌려 틈새의 이슬로 스몄을 것이다
-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문학과지성사, 2018)
작은 날개 앞에 큰 덤불을 세워놓아
송곳 하나가 관문을 뚫으려는 줄 알았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골똘한 벌새 한 마리
점점이 박혀 있는 찔레꽃 앞에 꽂혀 있다, 무엇에
가로막힌 여정일까
부리가 뾰족한 저 새에게 묻지 못하고
끊어지듯 짧게 상상하는 동안
붙박였던 벌새, 사라지고 없다
악보는 파동을 다 채집하지 못한 채 접힌다
단단한 부리로 곡절을 새길 때도
날개가 감당하는 우주가 있을 것이다
벌새는 바늘귀를 뚫어 저의 세상으로 날아갔거나
허공을 벌려 틈새의 이슬로 스몄을 것이다
-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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