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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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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엔 나비 떼 유난하다 수국을 내리는
나비 수련 퍼 나르는 나비 도라지꽃밭 휘젓는 나비
귀기(鬼氣) 서린 상사화 꽃판 흔들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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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여 따라나서는 저기
검은 상복으로 예장한 호랑나비 한 쌍
바람에 불려 가뭇하게 멀어져간다
요란한 나비 날갯짓이
여름 한낮을 두들기는 소나기 다시 몰아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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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면 산돌림도 한없이 즙으로 내릴
장마 낀 하루가
오늘은 저물녘까지
나비 날개에 바스라질 듯 햇살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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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덕 저편으로 여학교가 있는지
꽃밭을 깔고 앉았던 깔깔대는 웃음소리
하늘 깊숙한 곳이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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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차례』(문학과지성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