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고래 1/ 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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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1/ 김명인
배가 닿자 어부들은 한 마리 커다란 고래를
밧줄로 달아 내렸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물결이
가슴을 적시면서
갑자기 풍문의 바다가
부두에 펼쳐졌다
푸르디 뻗센 힘줄과 바다가 이루는 長短音)
고래는 눈을 뜬 채 누워 있다 聖者처럼
옆구리에 부러진 작살을 꽂고
흰 가슴을 드러내고
잘린 지느러미 곁에 우리들이 무심히 보고 있는
피를 조금 내비치며
상처는 햇빛 속에 드러나는가 핏자국에
파리들이 떼지어 엉겨붙는 것을 바라보면서
거듭 구걸로 떠도는
우리들의 풍경 너머로 한 마리 고래가
물살을 일으키며 힘차게 지나간다
우리들이 아직 신음으로
은밀하게 말할 뿐인 그곳으로
사람들은 흩어지고
흩어지며 저녁 무덤인 우리들이
저렇게 자지러지는 파도 소리에 숨 죽이는 동안
고래는 다시 묶여서 차에 실려 떠났다
그리고 우리들이 남아서
새로 낳은 아이들만 비겁하게
캄캄한 풍경 속으로 비칠 뿐
- 『동두천』(문학과지성사, 1979)
배가 닿자 어부들은 한 마리 커다란 고래를
밧줄로 달아 내렸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물결이
가슴을 적시면서
갑자기 풍문의 바다가
부두에 펼쳐졌다
푸르디 뻗센 힘줄과 바다가 이루는 長短音)
고래는 눈을 뜬 채 누워 있다 聖者처럼
옆구리에 부러진 작살을 꽂고
흰 가슴을 드러내고
잘린 지느러미 곁에 우리들이 무심히 보고 있는
피를 조금 내비치며
상처는 햇빛 속에 드러나는가 핏자국에
파리들이 떼지어 엉겨붙는 것을 바라보면서
거듭 구걸로 떠도는
우리들의 풍경 너머로 한 마리 고래가
물살을 일으키며 힘차게 지나간다
우리들이 아직 신음으로
은밀하게 말할 뿐인 그곳으로
사람들은 흩어지고
흩어지며 저녁 무덤인 우리들이
저렇게 자지러지는 파도 소리에 숨 죽이는 동안
고래는 다시 묶여서 차에 실려 떠났다
그리고 우리들이 남아서
새로 낳은 아이들만 비겁하게
캄캄한 풍경 속으로 비칠 뿐
- 『동두천』(문학과지성사,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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