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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구름정거장/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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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6 11:44: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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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정거장/김명인

어디쯤 정거장에 멈춰 서서
뭉게구름 한 장 문득 머리에 이면
나도 구름버스 갈아타는 승객일 때가 있다
기다리는 차편은 오지 않고
종일 내닫던 하루 새삼 되새김될 때
푸른 물빛 펼쳤어도 배가 없어 막막해지는 바다와 같아서
마음은 구름이라도 한 조각
하늘 깊숙이 들이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뭉게구름이라 불러주면 구름버스는 왜 저렇게
느릿느릿 산보로 더딘 굼벵일까
어떤 구름은 산속에 들어 여태 목탄을 구웠는지
어느새 눈썹까지 태우고
승객에겐 노을 비낄 잠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 정거장에 서 있노라면 물러 터진 구름도
때로는 무거운 갑옷 껴입는지
우레 때리거나 번개 앞장세워
예고 없이 소낙비로 쏟아져 내리곤 한다
하여 구름을 벌주려고 어느 법정이 세워진다 해도
낮달의 행로나 이끌다 끌려나오는
저기 저 어리둥절한 오늘 저녁의 뭉게구름은
변덕 심한 이 법정의 피고는 아닐 것이다

-  『파문』(문학과지성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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