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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가다랑어/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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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6 11:31: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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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랑어/김명인

가다랑어 수백 마리 나눠 실은
배 두 척 접안하자 강구항 물양장이 아연!
빽빽해진다 다시 두 척이 산더미 하나를 더 부려서
미터가 조금 못 되는 저것들
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몸집들
무리를 이끌었을 어떤 길잡이가
고인 그물인 낡은 정치망 속으로
저들을 몰아갔을까
한 치 눈 앞의 먹이일까 바다 오염이 망가뜨린
촉수 탓일까 집단 자살일까
숨이 남아 펄떡거리기도 하는 물고기를 보면
시속 40킬로 수심이 전광판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가다랑어는 시멘트 바닥에 던져졌다 다시
커다란 트럭에 노다지로 실리거나 두 마리씩
짝으로 나무 상자에 담겨
부순 얼음을 누명처럼 덮어쓴 채
마침내 빗속으로 떠나갔다
바다 아닌 육지 어딘가
뿔뿔이 흩어진 저들의 젖은 장지가 있을 것이다
고래 뱃속을 묘지로 선택한 멸치가 그러하듯
외로운 주검들은 한참 더 꾸불거리면서
굴속 같은 캄캄한 식도를 지나가야
비로소 빈 몸이 되어 우주 어딘가에 안착할 것이다

​-  『파문』(문학과지성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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