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봄날 저녁/김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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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저녁/김태정
왕그나아아
늙은 보살님 목소리가 나른한 봄저녁을 깨운다
오늘 하루도
쌀 씻어 밥 지어 부처님들 봉양했다고
오늘 하루도
쑥 캐다 쑥국 끓이고
냉이 캐다 냉이 무쳤다고
아무렴
쑥은 쑥이고 냉이는 냉이이지
왕그나아아 아따, 이 썩을눔이 워디로 갔다냐
해 지기 전에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봉고차 태워 퇴근시켜줄 처사는 보이지 않네
왕그나아아 워따, 이 썩을눔이 워디서 또 술푸고 있는 갑다
어미소 울음 같은 소리가
산 아래 바위를 굴릴 만한데
주발은 주발대로 씻어 나란히
대접은 대접대로 씻어 가지런히
오늘 하루도
주발에다 밥 담고 대접에다 국 담았다고
아무렴
주발은 주발이고 대접은 대접이지
-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창비, 2004)
왕그나아아
늙은 보살님 목소리가 나른한 봄저녁을 깨운다
오늘 하루도
쌀 씻어 밥 지어 부처님들 봉양했다고
오늘 하루도
쑥 캐다 쑥국 끓이고
냉이 캐다 냉이 무쳤다고
아무렴
쑥은 쑥이고 냉이는 냉이이지
왕그나아아 아따, 이 썩을눔이 워디로 갔다냐
해 지기 전에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봉고차 태워 퇴근시켜줄 처사는 보이지 않네
왕그나아아 워따, 이 썩을눔이 워디서 또 술푸고 있는 갑다
어미소 울음 같은 소리가
산 아래 바위를 굴릴 만한데
주발은 주발대로 씻어 나란히
대접은 대접대로 씻어 가지런히
오늘 하루도
주발에다 밥 담고 대접에다 국 담았다고
아무렴
주발은 주발이고 대접은 대접이지
-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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