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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수련/고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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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회 작성일 2025-04-14 10:16: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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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睡蓮)/고두현

단 사흘 피기 위해
삼백예순 이틀
잠에 든 널 보려고

아침마다 벙글었다
저물녘 오므리며
나 그렇게 잠 못 들었구나

물 위로 펼친 잎맥
연초록 윤기 좋지만
물 밑에선 자줏빛 슬픔
오래 견뎠지

남모를 뿌리 아래로만 내려
연못 바닥까지 닿는 동안에도
햇살은 제 몸 넓이만큼 세상 비추고
나는 네 물관 타고 몸속만 오르내렸구나

이토록 깊은 잠이 너를
딱 한 번 깨우고 사라지기까지.

- 『달의 뒷면을 보다』(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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