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수련/고두현
페이지 정보
본문
수련(睡蓮)/고두현
단 사흘 피기 위해
삼백예순 이틀
잠에 든 널 보려고
아침마다 벙글었다
저물녘 오므리며
나 그렇게 잠 못 들었구나
물 위로 펼친 잎맥
연초록 윤기 좋지만
물 밑에선 자줏빛 슬픔
오래 견뎠지
남모를 뿌리 아래로만 내려
연못 바닥까지 닿는 동안에도
햇살은 제 몸 넓이만큼 세상 비추고
나는 네 물관 타고 몸속만 오르내렸구나
이토록 깊은 잠이 너를
딱 한 번 깨우고 사라지기까지.
- 『달의 뒷면을 보다』(민음사, 2015)
단 사흘 피기 위해
삼백예순 이틀
잠에 든 널 보려고
아침마다 벙글었다
저물녘 오므리며
나 그렇게 잠 못 들었구나
물 위로 펼친 잎맥
연초록 윤기 좋지만
물 밑에선 자줏빛 슬픔
오래 견뎠지
남모를 뿌리 아래로만 내려
연못 바닥까지 닿는 동안에도
햇살은 제 몸 넓이만큼 세상 비추고
나는 네 물관 타고 몸속만 오르내렸구나
이토록 깊은 잠이 너를
딱 한 번 깨우고 사라지기까지.
- 『달의 뒷면을 보다』(민음사, 20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