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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구름의 종점/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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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4-14 10:11: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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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종점/고영

장기판을 기웃거리던 노인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 못 다한 훈수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담배를 태우다 말고
하릴없이 공중을 올려다보고 있다.
담배연기에 밀려 조금씩 멀어지는 뭉게구름을
돋보기안경이 다시 빨아들인다.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구름과 함께 흘러가는 머언 기억들……
갈수록 흐릿해지는 저 구름이 종점에 다다르기 전
노인의 입에서 놀던 온갖 훈수거리들도
제 갈 길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리곤 아무도 말을 걸지도,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구부러진 담뱃재가 고꾸라질 듯 위태롭다.
노인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다 맵다.
담배를 태우던 것도 잊고
노인은 서서히 졸음에 꺾이고 있다.

​-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문학세계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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