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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잠깐 그와 눈이 마주쳤다/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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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1회 작성일 2025-02-07 15:09: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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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와 눈이 마주쳤다/김기택

잠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낯이 많이 익은 얼굴이지만
누구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낯선 낯익음에 당황하여
나는 한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도 내가 누구이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는 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있었다
그는 고양이 가죽 안에 들어가 있었다
오랫동안 직립이 몸에 배었는지
네 발로 걷는 것이 좀 어색해 보였다
그는 쓰레기 뒤지는 일을 방해한 나에게 항의하듯
야오옹, 하고 감정을 실어 울더니
뜻밖에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제 목소리가 이상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서둘러 달아나지 않았다
슬픈 동작을 들킨 제 모습에 화가 난 듯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돌아서서 한참동안 멀어져갔다

출처 : 계간 《문학들》(200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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