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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인사동 밤안개/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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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회 작성일 2025-04-12 19:09: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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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밤안개/김사인
여운 화백

키만 훌쩍 컸지.
뒷 사연 쓸쓸한 거야
인생 칠십의 빌어먹을 항다반사.

바바리는 걸치고서
인걸들 하나둘 저물어가는
인사동 고샅을
밤마다 순찰 돌았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수몰 앞둔 시골 면소
충직한 총무계장처럼.

한사코 집으로
안 가려 했네.
탑골에 이모집에 있으려 했네.
볼가에서 소담에서 버티려 했네.
깰까 두려워
자꾸 마셨네.

울적한 어둠이 마곡동 빈집 마루에 어떻게 새낄 쳤는지
묻지 않았네.
아무도 말하지 않았네.
바바리는 걸치고서

돌아가는 새벽 뒷모습이
알 슬은 방아깨비 같았네.
물그릇 엎고 꾸중 들은 워리 같았네.
식은땀만 흘렀네.

-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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