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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연애/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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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2 13:23: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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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고재종

흔하디흔한 술자리에서 넌 내게 포착되었다
간간 푸르게 사라졌다가 붉게 되돌아오곤 하는
네 눈빛을 누가 견디랴 싶었다 난 너를 그 자리에서
끄집어냈다 지체 없던 너와의 연애는 서로
마땅히 작정한 바 없이 그 몸과 마음을 내는 것이었다
콩꼬투리처럼 터지는 각양각색의 너나들이로 너는
나의 씨란 씨는 죄다 잡식해서는
홍색 자색 연분홍 마구 저미고 번지는 빛,
너 자신도 미처 식별하지 못하고 있던
빛을 낳아 그 빛에 들린 바였다, 푸른 징 소리처럼
아득히 사라졌다가 붉은 말발굽 소리로
총총 되돌아오는, 수많은 고원 위로 빛나는
마주 보는 하나의, 고독한 연애는 스스로 그러하던 것,
지상에선 짧은 두 다리로 뒤뚱거리지만
바닷속에선 유탄처럼 나는 마젤란펭귄처럼
우리는 거리에서나 섹스에서나 늘 서로 나포되곤
했다 지구의 땅끝 푼타아레나스 같은 나날 속에서
내가 너에 대해서 느끼는 이 매력과 신뢰는
어느 생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

​-  『꽃의 권력』(문학수첩,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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