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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현명/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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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2회 작성일 2025-04-12 13:19: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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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崖月)/고재종

저렇게 큰 바다파랑을 면벽하고
너의 두 눈은 무엇을 응시하는가

속눈썹 둘레가 붉게 물들어 있는데
저렇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너의 한 눈동자는 뿌옇게 흐려지고
또 한쪽은 푸르게 빛나고 있다

네 앞에는 절벽바다에 걸린 달

그 달의 얼굴을 한 채
너의 눈은 무슨 슬픔을 견디고
또 한 눈은 분노의 영광을 쓴다 해도
난 성게국에 소주를 마실 뿐
지금 보고 듣는 것이 하나 없다

보도 듣도 못하는 이 바다파랑 속
홀연한 그 무언가를 어떻게 호명하랴
저 수평선에 이는 먹구름 같은
너나 나나 말할 수 없는 생이
바닷가의 검은 현무암으로 굳어 버린들

꿈으로도 사랑으로도 가닿지 못하는
경각의 질문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 『꽃의 권력』(문학수첩,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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