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 그늘/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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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고영민
큰누나가 시골집에 늙은 부모 둘만 사는 것이 보기에 적적했는지 기르던 강아지를 차에 싣고 왔다 몇 달을 어르고 달래도 눈이 오목한 강아지는 제 머리를 주지 않아 늙은 부모는 보송보송한 머리통 한번 쓰다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문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냉이를 다듬는데 가랑이 사이로 강아지가 쑥, 기어들어오더라 에그머니나, 어머니 가슴이 미어지더라 데려온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하고 부르는 그 소리가 들렸다 한다 식구가 되기 위한 꼭 그만큼의 여물어진 시간과 눈짓, 오늘도 제 마음 다 준 강아지는 배를 걷어차여도 어머니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 고영민, 『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큰누나가 시골집에 늙은 부모 둘만 사는 것이 보기에 적적했는지 기르던 강아지를 차에 싣고 왔다 몇 달을 어르고 달래도 눈이 오목한 강아지는 제 머리를 주지 않아 늙은 부모는 보송보송한 머리통 한번 쓰다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문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냉이를 다듬는데 가랑이 사이로 강아지가 쑥, 기어들어오더라 에그머니나, 어머니 가슴이 미어지더라 데려온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하고 부르는 그 소리가 들렸다 한다 식구가 되기 위한 꼭 그만큼의 여물어진 시간과 눈짓, 오늘도 제 마음 다 준 강아지는 배를 걷어차여도 어머니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 고영민, 『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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