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장항선/공광규
페이지 정보
본문
장항선/공광규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완행열차가
충청도 말씨를 닮아 느리다
내리고 타는 사람도 느릿느릿하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듯 가깝게 내려앉은 겨울 하늘
창밖에는 아직 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시든 풀잎들이 전선들이
철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옆 칸에는 여승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린 여승 하나는 복숭아빛 볼이다
승복도 모자도 재색 구름을 닮았다
서울에서 물건을 사서
시골 토방에 겨우살이 준비를 하러 간다고 한다
창밖으로 평야의 빈 논밭을 무연히 내다보는데
새들이 모이를 줍고 있다
집이 없어도 얼어 죽지 않는 새들의 겨우살이가
문득 궁금해지는 초겨울이다
- 공광규,『파주에게』(실천문학사, 2017)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완행열차가
충청도 말씨를 닮아 느리다
내리고 타는 사람도 느릿느릿하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듯 가깝게 내려앉은 겨울 하늘
창밖에는 아직 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시든 풀잎들이 전선들이
철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옆 칸에는 여승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린 여승 하나는 복숭아빛 볼이다
승복도 모자도 재색 구름을 닮았다
서울에서 물건을 사서
시골 토방에 겨우살이 준비를 하러 간다고 한다
창밖으로 평야의 빈 논밭을 무연히 내다보는데
새들이 모이를 줍고 있다
집이 없어도 얼어 죽지 않는 새들의 겨우살이가
문득 궁금해지는 초겨울이다
- 공광규,『파주에게』(실천문학사, 2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