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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장항선/공광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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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2회 작성일 2025-04-06 16:32: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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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공광규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완행열차가
충청도 말씨를 닮아 느리다
내리고 타는 사람도 느릿느릿하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듯 가깝게 내려앉은 겨울 하늘
창밖에는 아직 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시든 풀잎들이 전선들이
철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옆 칸에는 여승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린 여승 하나는 복숭아빛 볼이다
승복도 모자도 재색 구름을 닮았다
서울에서 물건을 사서
시골 토방에 겨우살이 준비를 하러 간다고 한다
​창밖으로 평야의 빈 논밭을 무연히 내다보는데
새들이 모이를 줍고 있다
집이 없어도 얼어 죽지 않는 새들의 겨우살이가
문득 궁금해지는 초겨울이다

- 공광규,『파주에게』(실천문학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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