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주소/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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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공광규
북한산 자락 작은 절 혜림정사
겨울 새벽인데도 창이 훤해 서둘러 일어났다
창문을 여니 벼루만한 시멘트 마당에
흰 눈이 화선지를 펴 놓았다
설악산에서 왔다는 젊은 객승이
마른기침을 하며
빗자루로 마당 끝부터 쓱싹 쓱싹 붓질이다
글씨 대신에
바람의 행로를 갈필로 마당 가득 그려놓는다
빗살무늬토기 문양이다
아침 공양을 하면서 물으니
스님은 곧 설악산으로 떠난다고 한다
시집 한 권 보내겠다고 거처하는 곳을 물으니
바람이 주소라고 한다
- 공광규, 『파주에게』(실천문학, 2017)
북한산 자락 작은 절 혜림정사
겨울 새벽인데도 창이 훤해 서둘러 일어났다
창문을 여니 벼루만한 시멘트 마당에
흰 눈이 화선지를 펴 놓았다
설악산에서 왔다는 젊은 객승이
마른기침을 하며
빗자루로 마당 끝부터 쓱싹 쓱싹 붓질이다
글씨 대신에
바람의 행로를 갈필로 마당 가득 그려놓는다
빗살무늬토기 문양이다
아침 공양을 하면서 물으니
스님은 곧 설악산으로 떠난다고 한다
시집 한 권 보내겠다고 거처하는 곳을 물으니
바람이 주소라고 한다
- 공광규, 『파주에게』(실천문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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