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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너는 없다/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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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05회 작성일 2025-02-07 11:33: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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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없다/김기택

너의 흔적은 머리카락이나 지문이 아니다
손때 묻은 책이나 냄새나는 옷가지도 아니다
기억 속에 사는 목소리나 표정도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쌓여 있는 먼지를 보면
지금 네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
너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다만 온기가 없을 뿐이다
날아와 여기 쌓이기 전에 너는
끈적끈적하거나 꺼칠꺼칠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뜨거운 바람을 불어내며
단내와 시큼한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단내, 아, 그 숨막히는 열기여!)
사람과 사람 사이
베면 피가 나올 것 같은 살가죽 같은 공기를
걸치고 다녔을 것이다
식어버리자 쉽게 흩날리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온기가 있다면
울거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너는 지금 차갑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어도 풀썩거린다
그렇다 너는 없다
없다는 것보다 더 확실한 너의 흔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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