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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한 여자가 있는 풍경/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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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9회 작성일 2025-03-25 17:27: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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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는 풍경/강은교

벚나무 밑에서
한 젊은 여자가 울부짖고 있다.
제 가슴을 쥐어뜯는다.
얇은 나일론 블라우스가
몰려 서 있는 은빛 안개를 흔든다.

아침이 그치고
여기저기 젖은 창마다
푸시시한 얼굴들이 내걸린다.
기웃거리는 은빛 안개.

젊은 여자가 길고 높은 목소리
벚나무 굽은 가지를 흔들며
젖은 창마다 급히 달려가다가
오만하게 솟은 벽에 부딪혀
부스스 부서져 내린다.
피가 흐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젖은 창들이 스르르 닫히고
여자의 옆에 팽개쳐진 잡동사니 그릇들에
이제 일어선 햇빛
핏빛으로 반짝이며 고여 들 뿐,

우리들의 벽은 튼튼하고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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