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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모르는 척, 아프다/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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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8회 작성일 2025-02-05 22:14: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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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아프다/길상호

술 취해 전봇대에 대고
오줌 내갈기다가 씨팔씨팔 욕이
팔랑이며 입에 달라붙을 때에도
전깃줄은 모르는 척, 아프다
꼬리 잘린 뱀처럼 참을 수 없어
수많은 길 방향 없이 떠돌 때에도
아프다 아프다 모르는 척,
너와 나의 집 사이 언제나 팽팽하게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인연이란 게 있어서
때로는 축 늘어지고 싶어도
때로는 끊어버리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감전된 사랑이란 게 있어서
네가 없어도 나는 전깃줄 끝의
저린 고통을 받아
오늘도 모르는 척,
밥을 끓이고 불을 밝힌다
가끔 새벽녘 바람이 불면 우우웅…
작은 울음소리 들리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인연은 모르는 척.

- 시집 ‘모르는 척’(천년의시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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