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경문을 보다/김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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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문(經文)을 보다/김기찬
고사포 젖은 모래바닥이었다
몇 가마니는 족히 흩뿌려 놓은 듯한 저, 서해비단고둥들
꾹꾹, 꾹꾹 눌러 박은 압정들 같다
참 속 터지게 느려빠졌다. 일없이 일없이 배밀이로 무슨 상형의 기호 같은 문장들을 또박또박 들춰내고 있다
단 한 줄의 내용도 해독할 수 없는 필적들
빼곡하다, 빼곡한 내소사 전나무 숲을 막 튀어나온 건 커다란 원의 목탁소리 떼였다
떽 ,떼, 구르르르르르르르르 굴러와 스윽, 법화경절본사본*을 펼쳐 보이는 것 아닌가
세상에! 저것들 봐라,
와이셔츠 단추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들이
7권7권책에서 빠져나온 경문이라니!
일자일배一字一杯의 글자들이라니!
햐, 온통 모래바닥이 한 채의 경전經典이로구나
그 앞에 세상 격랑들 다 몰려와 팍, 무릎 꿇고 있었다
무릎 꿇고 납작 엎드린 채 손바닥 펴, 치켜 올리는 것이었다
사랑아,
저런 전심전력全心全力이 없었다면
저런 곡진曲盡함이 없었다면
무엇으로 저토록 큰 말씀을 얻을 수 있었겠느냐
두 손 바짝 들어올린 물손바닥 위로 때글때글한 문자들 구름구들장을 들춰내며
떽 ,떼, 구르르르르르르르 또, 몰려간다.
* 조선 태종15년(1415)이씨 부인이 그의 양인 유근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일자일배의 지극정성으로
묘법연화정을 필사하여 7권7권책으로 엮은 습본
「보물 제 278호 현재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금요시담> 11집에서
고사포 젖은 모래바닥이었다
몇 가마니는 족히 흩뿌려 놓은 듯한 저, 서해비단고둥들
꾹꾹, 꾹꾹 눌러 박은 압정들 같다
참 속 터지게 느려빠졌다. 일없이 일없이 배밀이로 무슨 상형의 기호 같은 문장들을 또박또박 들춰내고 있다
단 한 줄의 내용도 해독할 수 없는 필적들
빼곡하다, 빼곡한 내소사 전나무 숲을 막 튀어나온 건 커다란 원의 목탁소리 떼였다
떽 ,떼, 구르르르르르르르르 굴러와 스윽, 법화경절본사본*을 펼쳐 보이는 것 아닌가
세상에! 저것들 봐라,
와이셔츠 단추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들이
7권7권책에서 빠져나온 경문이라니!
일자일배一字一杯의 글자들이라니!
햐, 온통 모래바닥이 한 채의 경전經典이로구나
그 앞에 세상 격랑들 다 몰려와 팍, 무릎 꿇고 있었다
무릎 꿇고 납작 엎드린 채 손바닥 펴, 치켜 올리는 것이었다
사랑아,
저런 전심전력全心全力이 없었다면
저런 곡진曲盡함이 없었다면
무엇으로 저토록 큰 말씀을 얻을 수 있었겠느냐
두 손 바짝 들어올린 물손바닥 위로 때글때글한 문자들 구름구들장을 들춰내며
떽 ,떼, 구르르르르르르르 또, 몰려간다.
* 조선 태종15년(1415)이씨 부인이 그의 양인 유근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일자일배의 지극정성으로
묘법연화정을 필사하여 7권7권책으로 엮은 습본
「보물 제 278호 현재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금요시담> 11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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