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깜빡했어요/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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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했어요/김기택
저런 저런,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큰 실수할 뻔했네요.
제가 요즘 이렇다니까요. 도대체 뭘 하고 사는 건지.
그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어어, 냄비가 넘치고 있어요, 아니, 그 사람이
제멋대로 넘쳐, 탁자 바닥이, 잠깐만,
넘치는 물부터 잠글게요.
미안해요, 통화하느라 깜빡했어요.
물이 넘치는데도 정수기가 그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전 이런 일이 터질 걸 다 알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랬잖아요, 그 사람이,
잠깐만요, 지금 마룻바닥이 흘러내리고 있어요.
이건 저만 알고 아직 아무도 모르는 얘기인데요,
절대로 냄비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돼요.
안 보이는 구석이나 틈으로 흘러 들어가면
곰팡이나 바퀴벌레나 날벌에게 퍼질 수도 있어요.
이건 당신한테만 하는 얘기니까 안 들은 걸로 해주세요.
지금 닦고 있는 중이니까요.
냉장고 밑으로 흘러 들어간 말까지 다 닦고 있어요.
깜빡했어요, 통화 중에는 말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입을 조금만 더 크게 벌려보세요.
걸레로 닦아야 해요, 이빨 사이랑 사랑니 안쪽까지도요.
어제 빨아서 입보다는 깨끗해요.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어요.
그렇다고 넘치기까지 할 건 뭐예요.
당신한테만 얘기했는데도 벌써 마룻바닥이 흥건해요.
깜빡했어요, 제가 그런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정수기가, 물이, 아니 말이.
네네, 걱정 마세요. 지금 입에 주워 담고 있는 중이에요.
저런 저런,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큰 실수할 뻔했네요.
제가 요즘 이렇다니까요. 도대체 뭘 하고 사는 건지.
그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어어, 냄비가 넘치고 있어요, 아니, 그 사람이
제멋대로 넘쳐, 탁자 바닥이, 잠깐만,
넘치는 물부터 잠글게요.
미안해요, 통화하느라 깜빡했어요.
물이 넘치는데도 정수기가 그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전 이런 일이 터질 걸 다 알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랬잖아요, 그 사람이,
잠깐만요, 지금 마룻바닥이 흘러내리고 있어요.
이건 저만 알고 아직 아무도 모르는 얘기인데요,
절대로 냄비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돼요.
안 보이는 구석이나 틈으로 흘러 들어가면
곰팡이나 바퀴벌레나 날벌에게 퍼질 수도 있어요.
이건 당신한테만 하는 얘기니까 안 들은 걸로 해주세요.
지금 닦고 있는 중이니까요.
냉장고 밑으로 흘러 들어간 말까지 다 닦고 있어요.
깜빡했어요, 통화 중에는 말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입을 조금만 더 크게 벌려보세요.
걸레로 닦아야 해요, 이빨 사이랑 사랑니 안쪽까지도요.
어제 빨아서 입보다는 깨끗해요.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어요.
그렇다고 넘치기까지 할 건 뭐예요.
당신한테만 얘기했는데도 벌써 마룻바닥이 흥건해요.
깜빡했어요, 제가 그런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정수기가, 물이, 아니 말이.
네네, 걱정 마세요. 지금 입에 주워 담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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