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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빗물 사발/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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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22회 작성일 2025-03-09 13:33: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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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사발/길상호

아무런 기척도 업이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누가 거기 두고 갔는지
이 빠진 사발은
똑. 똑. 똑. 지붕의 빗방울을 받아
흙먼지 가득한 입을 열었다
그릇의 중심에서
출렁이며 혀가 돋아나
잃었던 소리를 되살려 놓는 것
둥글게 둥글게 물의 파장이
연이어 물레를 돌리자
금 간 연꽃도
그릇을 다시 향기로 채웠다
사람을 보내놓고 허기졌던 빈집은
삭은 입술을 사발에 대고
모처럼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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