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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목욕/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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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41회 작성일 2025-03-09 13:32: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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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길상호

옷을 다 벗었는데
박박 문지르니 다시
먼지의 옷이 벗겨진다
살비듬 옷이 벗겨진다
주름투성이 구겨진
헐렁한 옷만 남는다
이 옷을 벗기는 데
또 얼마나 걸릴까
여기저기 상처로 덧대
살아온 바느질 자국
수련처럼 물을 맞대고 살면
스르르 풀릴 실밥인데
마무리해둔 실 끝을 찾아
오늘도 배꼽만 긁는다
물기 젖은 창 뒤에 숨어
나를 훔쳐보던 감나무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어둠 속에 숨는다
벗어둔 낙엽이 한 장
유리창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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