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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그로기/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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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25회 작성일 2025-03-09 13:26: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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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기/길상호

숙취로 일어날 수 없던 일요일
텅 빈 고양이 밥그릇을 늦게야 발견했다
 
사료포대는 꺼내놓기 무섭게 연타를 허용하더니
옆구리가 무너진 선수처럼 주저앉았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허기는
가장 위험한 급소이자 또 강력한 펀치
 
널브러진 물그릇에 물을 갈아주고
포대의 상처마다 테이프를 붙이는 동안에도
 
마우스피스를 잃어버린 헐렁한 입 안에
고양이는 사료 알갱이를 꾹꾹 채워 넣었다
 
사각의 링에 펼쳐놓은 이불을 걷으니
내가 흘린 이름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헛스윙만 날리며 간신히 버텨온 인연들
그때서야 뜯겨 있는 옆구리가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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