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봄날 오후/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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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오후/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ㆍ그ㆍ러ㆍ바ㆍ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 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 김선우,『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작과비평사, 2000)
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ㆍ그ㆍ러ㆍ바ㆍ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 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 김선우,『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작과비평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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