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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구두 한 마리/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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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36회 작성일 2025-03-07 18:53: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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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한 마리/길상호

일년 넘게 신어온 구두가
입을 벌렸다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 한 마리 음메- 첫울음을 울었다
나를 태우고 묵묵히 걷던 일생이
무릎을 꺾고 나자 막혀버리는 길,
풀 한 줌 뜯을 수 없게 씌어놓은
부리망을 풀어주니 구두가
길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돌멩이처럼 굳어버린 기억이
그 입에서 되새김질되고
소화되지 않은 슬픔은 가끔
바닥에 토해놓으면서 구두 한 마리
이승의 삶 지우고 있었다
바닥에서 달아나는 시간을 따라
다시 걸어야 할 시린 발목,
내가 잡고 부리던 올가미를 놓자
소 한 마리 커다란 눈을 감으며
구두 속에서 살며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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